2022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아르테미스 2호가 2025년 3월까지도 발사대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반세기 전 아폴로 미션이 8년 만에 달 착륙을 성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기술이 발전했는데 왜 더 오래 걸리지?"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이 문제를 파고들수록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SLS 로켓의 기술적 한계와 비용 문제
많은 분들이 NASA의 차세대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m)가 과거 세턴 5 로켓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수치를 보면 예상과 다릅니다. 세턴 5 로켓은 1960년대 기술로 달 궤도까지 최대 50톤을 실어 나를 수 있었지만, 현재 SLS 블록 1은 38~46톤 수준입니다(출처: NASA). 여기서 SLS란 NASA가 아폴로 이후 개발한 초대형 발사체로, 기존 우주왕복선과 세턴 5의 기술을 계승한다는 명목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50년이 지났는데 성능이 오히려 비슷하거나 낮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죠. 더 큰 문제는 비용입니다. 아르테미스 초반 4회 발사에서 매번 42억 달러가 소요되며, 지난 10년간 개발비까지 합치면 그 10배에 달합니다. 게다가 SLS는 일회용 로켓입니다. 스페이스X의 팰컨처럼 재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발사 비용을 절감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NASA는 기존 기술을 재활용하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낡은 부품을 새로운 임무에 맞게 재설계하고 통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행정 절차가 복잡해졌고,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들이 속출했죠. 헬륨 탱크 누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여기서 헬륨 탱크란 로켓의 연료와 산화제에 압력을 가하는 장치로, 헬륨 입자가 워낙 작고 가벼워서 미세한 틈으로도 계속 새어나가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웨트 드레스 리허설(Wet Dress Rehearsal)까지 진행했지만 카운트다운 마지막 29초를 남기고 중단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웨트 드레스 리허설이란 실제 발사와 동일하게 모든 연료를 채우고 최종 점검을 거치는 시험 절차를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서조차 문제가 발견된다는 건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주 개발을 둘러싼 정치·경제 구조의 영향
SLS 개발이 지연되는 이유를 단순히 기술 부족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정치적·경제적 구조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010년 당시 NASA는 SLS 개발 과정에서 기존 계약사, 투자 구조, 인력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도록 강제받았습니다. 이는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기술자들과 그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제약이 혁신을 방해했다고 비판합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일자리를 유지해야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나은 선택지가 있어도 기존 산업 기반을 포기하기 어렵습니다(출처: 미국 회계감사원 GAO). 결국 SLS는 순수한 기술 혁신보다는 기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습니다.
아폴로 시대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시대적 분위기입니다. 1960년대엔 소련과의 체제 경쟁 속에서 우주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이 정당화되었고, 우주인의 희생도 국가를 위한 숭고한 헌신으로 포장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해졌고, 우주 개발을 "돈 낭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더 소중한 시대가 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로켓에 우주인을 태울 수 없다는 여론도 강해졌죠.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을 중시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은 혁신 속도를 늦춥니다.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기업이 NASA와 대조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과감한 시도와 빠른 반복 실험이 가능합니다.
NASA는 최근 SLS 로켓을 더 자주 발사해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현재는 평균 3년에 한 번 발사하지만, 이를 10개월에 한 번 꼴로 늘려서 스페이스X처럼 반복 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SLS를 블록 1으로 표준화해서 매번 똑같은 사양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저 거대한 로켓을 10개월마다 생산할 수 있는 공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도전 과제입니다.
아르테미스 3 미션도 당초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바로 달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지구 저궤도에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나 블루 오리진의 블루문과 랑데부 도킹 연습만 하게 됩니다. 여기서 랑데부 도킹이란 서로 다른 궤도를 도는 두 우주선이 만나 결합하는 고난도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런 연습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인 SLS로 고작 지구 저궤도까지만 올라간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NASA는 단순히 달에 다시 가는 게 아니라 달 주변에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라는 우주정거장을 조립하고, 장기적으로 화성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를 만드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지연이 단순히 실패가 아니라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SLS의 높은 비용과 낮은 발사 빈도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민간 기업과의 협업이 더 확대되고, 정치적 제약을 줄일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