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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지도 1% 공개 (허블 발견, 변광성, 유클리드)

by 은하 데이터룸 2026. 3. 10.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밤하늘에 보이는 모든 별이 우리 은하 안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925년 에드윈 허블의 발표 한 방으로 우주관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허블 딥 필드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손톱만 한 하늘 조각에 수천 개의 은하가 담겨 있다는 설명을 듣고, 머릿속이 멈추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공개한 우주 지도 1%만으로도 1억 개가 넘는 광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은, 그때의 그 전율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허블보다 먼저 안드로메다 거리를 잰 사람

1918년 에스토니아 출신 천문학자 에른스트 외피크는 모스크바 학회에서 놀라운 발표를 합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를 회전하는 별들의 속도를 측정해 은하의 질량을 유추하고, 그 질량으로 은하의 실제 밝기를 추정한 뒤, 겉보기 밝기와 비교해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은하의 회전 속도란 은하 내 별들이 중력에 의해 공전하는 속력을 의미하며, 이는 은하의 질량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외피크가 이 방법으로 구한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는 250만 광년. 놀랍게도 이 수치는 현재 천문학계가 인정하는 실제 거리와 거의 일치합니다(출처: NASA).

하지만 당시 외피크의 주장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은하를 구형으로 가정한 점이 너무 투박하다는 비판도 있었고, 은하의 역학적 움직임으로 질량을 재는 방식 자체가 당시엔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과학사의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정확한 방법론을 제시했음에도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이요. 지금은 이 방법이 툴리-피셔 관계(Tully-Fisher Relation)라는 이름으로 널리 쓰입니다. 툴리-피셔 관계란 은하의 회전 속도와 광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으로,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주요 도구입니다.

반면 1923년 에드윈 허블이 측정한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는 90만 광년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거리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였지만, 당시 알려진 우리 은하 지름(약 30만 광년)을 훨씬 초과하는 값이었기에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 바깥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충분했습니다. 허블의 오차는 나중에 발터 바데에 의해 수정됩니다. 바데는 2차 대전 중 LA의 등화관제 덕분에 더 선명한 밤하늘을 확보해 세페이드 변광성(Cepheid Variable Star)이 사실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세페이드 변광성이란 일정한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별로, 그 주기와 실제 밝기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있어 우주 거리 측정의 핵심 도구로 쓰입니다.

VAR! 느낌표 하나에 담긴 흥분

1923년 10월 5일 밤, 허블은 윌슨산 천문대의 후커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 성운을 관측했습니다. 유리건판(Glass Plate)에 빛을 모아 촬영하는 방식이었는데, 며칠 전까지 없던 새로운 별이 밝게 등장한 걸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신성(Nova)이라 생각해 'N'이라 표시했지만, 곧 이 별이 주기적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걸 발견했습니다. 평범한 신성이 아니라 변광성이었던 겁니다. 허블은 빨간 펜으로 'VAR!'라고 느낌표까지 붙여 메모했습니다.

저는 이 느낌표 하나가 주는 무게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백 년간 인류가 품어온 질문의 답을 자신이 막 발견했다는 그 순간의 전율이 느껴지는 것 같았거든요. 과학의 위대한 발견이 때로는 논문보다 느낌표 하나에 더 생생하게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블이 발견한 변광성은 약 31일 주기로 밝기가 요동쳤고, 헬리에타 리빗(Henrietta Leavitt)이 발견한 주기-광도 관계(Period-Luminosity Relation)를 적용해 거리를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주기-광도 관계란 변광성의 밝기 변화 주기가 길수록 그 별의 실제 밝기가 더 크다는 법칙으로, 쉽게 말해 변광성의 '깜빡이는 리듬'만 알면 그 별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발견을 근거로 허블은 1925년 1월 1일 미국 천문학회에서 공식 발표했습니다. 우리 은하 너머 별개의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학계에 공식 인정된 순간입니다.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은하천문학(Extragalactic Astronomy) 시대가 열렸습니다. 은하천문학이란 우리 은하 바깥 은하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천문학 분야를 말하며, 우주의 진화와 대규모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유클리드가 그려낼 우주 지도의 미래

2024년 유클리드 우주망원경(Euclid Space Telescope)이 앞으로 완성할 우주 전체 지도의 1%를 공개했습니다. 그 1%만으로도 1억 개가 넘는 광원이 확인됐습니다. 100%가 완성되면 100억 개 가까운 천체가 지도에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클리드는 서베이 방식으로 우주를 관측합니다. 서베이(Survey)란 특정 타겟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망원경 시야를 최대한 넓게 해 우주 전역을 훑어보는 관측 방식을 의미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베라루빈 망원경(Vera Rubin Observatory)의 향후 역할이 더 기대됩니다. 칠레 산꼭대기에 완공된 지름 8m급 망원경으로, 하룻밤 관측만으로 20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쏟아냅니다. 앞으로 10년간 진행될 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 프로젝트를 통해 수백 페타바이트(PB) 규모의 관측 데이터가 축적될 예정입니다. 여기서 페타바이트란 1,000 테라바이트를 의미하는 데이터 단위로, 쉽게 말해 일반 외장하드 수천 개 분량의 엄청난 정보량입니다.

이 망원경들이 그려낼 우주 지도는 단순한 별 목록이 아닙니다. 우주에서 암흑물질(Dark Matter)과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어떻게 분포하고, 은하들이 어떤 패턴으로 진화해왔는지 보여주는 청사진입니다. 암흑물질이란 빛을 내지 않아 직접 관측은 불가능하지만 중력을 통해 존재가 확인되는 물질이며, 암흑에너지란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뜻합니다.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직경은 약 960억 광년입니다. 우주가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됐지만, 그동안 공간 자체가 팽창했기 때문에 실제로 볼 수 있는 거리는 그보다 훨씬 멉니다.

주요 우주 관측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SDSS(Sloan Digital Sky Survey): 2000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우주 지도 프로젝트로, 현재 16번째 데이터까지 공개
  •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넓은 시야로 우주 전역을 훑는 와이드 서베이 방식 채택
  • 베라루빈 망원경: 남반구 하늘 집중 관측, 10년간 100억 광년 이내 은하 분포 지도 완성 목표

100년 전 허블이 유리건판에 'VAR!'라고 적던 순간부터 지금 유클리드가 100억 개 천체를 담아낼 때까지, 인류의 우주 지도는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고등학교 때 그 충격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도 언젠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한 설렘 말입니다. 앞으로 베라루빈과 유클리드가 완성할 지도 속에서 우리는 또 어떤 'VAR!'를 발견하게 될까요? 그 느낌표 하나가 다시 한 번 인류의 우주관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z-6GfFVz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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