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 별들 사이에 혼자 떠도는 행성도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하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천문학 관련 영상을 보다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오리온 성운에서 발견한 떠돌이 이중 행성 이야기를 접하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별 없이 혼자 떠도는 것도 신기한데, 행성 두 개가 짝을 이뤄 우주를 떠돈다니요. 더 놀라운 건 이런 게 수십 개나 한꺼번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단순한 예외 사례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어떤 보편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임스 웹이 포착한 오리온 성운의 놀라운 발견
오리온 성운은 지구에서 약 1,40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표적인 별 탄생 지역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곳의 트라페지움 성단(Trapezium Cluster)을 집중 관측하면서 정말 독특한 모습들을 포착했습니다(출처: NASA). 사진 속 가운데를 보면 붉은 손가락 모양의 형체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 있는데, 이건 갓 태어난 어린 별이 뿜어낸 항성풍(stellar wind)이 주변 성간 물질을 파고들며 만든 충격파의 흔적입니다. 여기서 항성풍이란 별 표면에서 고속으로 방출되는 플라즈마 입자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이 충격파 때문에 주변의 수소 분자 구름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선명한 붉은 빛을 내고 있죠.
저는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마치 거인의 손가락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붉은 손가락 끝마다 작지만 선명한 녹색 빛이 보이더군요. 이 부분에는 철 원소가 유독 풍부하고, 충격파가 가장 강하게 부딪히는 곳이라 온도도 다른 곳보다 훨씬 뜨겁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녹색 매니큐어를 바른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이 이 오리온 성운 속에서 예상치 못한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인데, 그것도 수십 개가 무더기로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서 떠돌이 행성이란 어떤 별에도 붙잡히지 않은 채 홀로 우주 공간을 떠도는 행성을 말합니다. 물론 기존에도 이런 떠돌이 행성은 종종 발견됐지만, 이렇게 특정 영역에서 집단으로 발견된 건 정말 드문 일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행성 하나가 아니라 행성 두 개가 함께 서로의 곁을 도는 이중 행성(binary planet) 형태라는 겁니다. 제임스 웹은 이번 관측에서 총 540개의 떠돌이 행성을 발견했는데, 그중 40개 정도가 이런 이중 행성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이들을 JuMBO(Jupiter Mass Binary Object)라고 부릅니다. 이는 목성 질량 수준의 두 천체가 짝을 이룬 형태라는 뜻이죠.
솔직히 저는 이 발견을 듣고 기존의 행성 형성 이론이 얼마나 부분적인 설명에 불과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행성은 기본적으로 별 주변의 원반에서 형성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별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심지어 서로 쌍을 이루는 구조는 정말 비직관적입니다.
JuMBO의 기원,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중 행성의 탄생 메커니즘을 설명하려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원래 어떤 별 곁을 돌던 행성들이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별의 중력 때문에 궤도를 벗어나 튕겨 나갔을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행성이 계속 짝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은 둘 중 하나만 떨어져 나가거나, 아니면 둘 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게 일반적이죠.
두 번째 시나리오는 더 극적입니다. 원래 전혀 상관없는 두 별 곁에 행성이 하나씩 있었는데, 복잡한 중력 상호작용 끝에 두 행성 모두 별 바깥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두 떠돌이 행성이 서로의 곁을 지나가면서 새롭게 이중 행성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이건 정말 희박한 확률의 행운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문제는 오리온 성운 속에서 너무 많은 JuMBO가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이건 JuMBO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꽤 흔한 방식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낮은 확률의 우연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일반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봐야 한다는 거죠.
제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JuMBO와 갈색왜성(brown dwarf) 쌍성의 차이입니다. 여기서 갈색왜성이란 별이 되기엔 질량이 부족해서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하는 천체를 말합니다. 보통 갈색왜성이 쌍성을 이루면 두 별은 굉장히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4~5AU(천문단위) 정도 거리를 둘 뿐이죠. 여기서 AU란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로,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입니다.
그런데 오리온 성운의 JuMBO는 두 행성 사이의 간격이 25AU에서 390AU까지 상당히 넓습니다. 또 갈색왜성 쌍성은 서로 질량이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JuMBO는 두 행성의 질량 비율이 평균 5대 3 정도입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JuMBO를 단순히 가벼운 버전의 갈색왜성 쌍성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처음부터 하나의 가스 구름이 수축하면서 이중 행성으로 탄생했을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거대한 먼지 구름이 수축하면서 더 작은 여러 개의 덩어리로 나뉘는 과정을 분화(fragmentation)라고 하는데, 분화된 덩어리의 최소 질량은 보통 목성보다 훨씬 무거운 갈색왜성 수준입니다. 행성 정도의 가벼운 덩어리는 별을 다 만들고 난 다음에 그 옆에 남아 있던 찌꺼기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이죠.
제 생각엔 이 문제는 결국 오리온 성운 같은 별 탄생 지역의 특수한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별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곳이라 복잡한 중력 상호작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짙은 먼지 입자들이 행성의 속도를 늦추는 저항력을 만들기도 하죠. 이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JuMBO가 탄생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유럽우주국(ESA)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복잡한 동역학적 환경이 떠돌이 행성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출처: ESA). 하지만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발견이 단순히 새로운 천체를 찾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우리가 만든 이론이 우주의 일부 현상만 설명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니까요. 관측이 이론을 계속 수정하게 만드는 과학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온 성운은 그나마 1,400광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제임스 웹이 이렇게 작은 떠돌이 행성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더 먼 거리의 성운이라면 개별 행성을 구분해서 보는 건 제임스 웹으로도 어려운 일이죠. 앞으로 비슷하거나 더 가까운 거리의 별 탄생 지역을 면밀히 관측하면 이런 JuMBO가 또 어디에 숨어 있을지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NASA는 이번 발견을 계기로 떠돌이 행성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이런 발견이 계속 이어지면 행성 형성 이론 자체를 대폭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