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을 보면서 "저게 조금만 더 컸으면 별이 됐을 텐데"라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목성이 별이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져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최소한 지금 질량의 10배 이상은 되어야 갈색왜성(Brown Dwarf)이라도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죠. 그런데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는 이 상식을 완전히 뒤집고 있습니다. 별과 행성의 경계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갈릴레오 탐사선과 목성 점화 논란
1995년 목성 탐사를 시작한 갈릴레오 탐사선은 2003년 임무를 마치고 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당시 천문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건 탐사선에 묻어 있을 지구 미생물이 목성의 얼음 위성을 오염시킬 가능성이었습니다. 유로파나 가니메데 같은 위성에는 지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만약 지구 미생물이 그곳에 유입된다면 훗날 외계 생명체 탐사에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죠.
그래서 내린 결론은 탐사선을 목성 대기로 추락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목성의 강력한 중력과 고온 고압 환경에서 탐사선을 완전히 소각시키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일부 천문학자들이 예상치 못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갈릴레오에는 플루토늄 기반의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가 탑재되어 있었는데요. 여기서 RTG란 방사성 물질의 붕괴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로, 태양 빛이 약한 외행성 탐사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 플루토늄이 목성 대기에서 폭발하면 거대한 수소 덩어리인 목성에서 핵융합 연쇄 반응이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솔직히 당시 대다수 과학자들은 이 걱정을 기우로 여겼습니다. 목성이 별이 되려면 최소한 질량이 지금의 13배에서 75배는 되어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으니까요(출처: NASA). 핵융합(Nuclear Fusion)이란 가벼운 원자핵들이 합쳐져 무거운 원자핵이 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인데, 이게 일어나려면 중력으로 인한 압력과 온도가 임계점을 넘어야 합니다. 목성은 그 기준에 한참 못 미쳤죠. 결국 갈릴레오는 예정대로 목성 대기로 진입했고, 목성은 여전히 조용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학자들도 저런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걱정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어쩌면 그 걱정이 완전히 터무니없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제임스 웹이 발견한 초경량 갈색왜성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페르세우스자리 방향 약 1,000광년 거리의 어린 성단 IC 348을 관측했습니다. 이곳은 태어난 지 겨우 500만 년밖에 되지 않은 별들이 400개 정도 모여 있는 곳인데요. 여기서 놀라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기존 이론으로는 존재하기 어려운 초경량 갈색왜성 세 개가 발견된 겁니다.
갈색왜성(Brown Dwarf)이란 별이 되기에는 질량이 부족해서 핵융합을 일으키지 못하고 서서히 식어가는 천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별이 되다 만 '실패한 별'인 셈이죠. 지금까지는 갈색왜성으로 존재하려면 최소한 목성 질량의 13배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다 가벼우면 그냥 큰 행성으로 봐야 한다는 게 상식이었죠.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갈색왜성들의 질량은 목성의 3배에서 8배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가벼운 것은 목성의 3~4배 정도밖에 안 됐죠. 이 정도면 사실 목성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질량입니다. 제가 이 자료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배웠던 별과 행성의 경계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니 말이죠.
이런 초경량 갈색왜성을 포착할 수 있었던 건 제임스 웹에 탑재된 특수 기술 덕분입니다. NIRCam(근적외선 카메라)에는 마이크로셔터 어레이(Microshutter Array)라는 장치가 있는데요. 여기서 마이크로셔터 어레이란 우표 크기의 공간에 62,000개의 미세한 셔터가 배열된 장치로, 각 셔터를 개별적으로 열고 닫으면서 특정 천체의 빛만 선택적으로 수집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 덕분에 희미한 갈색왜성의 적외선 복사까지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었던 겁니다(출처: 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
물론 일각에서는 이 천체들이 갈색왜성이 아니라 떠돌이 행성(Rogue Planet)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떠돌이 행성이란 별 주변을 돌지 않고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도는 행성을 말하는데요.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몇 가지 이유로 이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 성단의 별들은 대부분 태양보다 가벼운 적색왜성이라 행성 원반의 크기가 작고, 이렇게 무거운 행성을 만들 재료가 부족함
- 성단의 나이가 겨우 500만 년으로, 행성이 궤도를 이탈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음
- 세 개의 천체가 비슷한 위치에서 동시에 발견된 점으로 보아 같은 분자운에서 함께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음
제 경험상 이런 관측 데이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증거가 쌓이면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더 긴 시간 동안 추적 관측을 하면 목성 질량의 2배 수준까지 더 가벼운 갈색왜성도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견은 별과 행성의 경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모호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어쩌면 목성도 조금만 조건이 달랐다면 갈색왜성이 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갈릴레오 탐사선 추락 당시의 걱정이 완전히 기우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실제로 목성이 점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거의 없지만,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는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앞으로 제임스 웹의 추가 관측과 다른 차세대 망원경들의 데이터가 쌓이면, 별의 최소 질량 기준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천문학은 이미 완성된 학문이 아니라 계속해서 기준이 수정되는 미완성의 영역이라는 점을 이번 발견이 다시 한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